흰 눈 덮인 광야를 평생 달렸으나
남은 것은 이제 한 마디의 적막이다
젊은 날의 나는
서슬 푸른 예민함으로
세상의 심장을 수직으로 관통하던 직필直筆이었다
타협 없는 문장으로
누군가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시대의 냉소를 받아내던 날카로운 복무의 시간들
그러나 마침내 스스로를 깎아
생의 밑바닥에 당도했을 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키가 작아진다는 것은
누구보다 땅의 언어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며
나를 소진하여 얻은 이 가난이야말로
비로소 완성된 겸손의 문체라는 것을
이제 나는 눕지 않고도 휴식하며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침묵을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