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록 수사의 글] 성인은 고정된 마음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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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이상(人生理想)은 어디에 있을까요? 아마도 성인에 있을 테지요. 성인은 신화적인 인물이 아닙니다, 평범한 우리들처럼 배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고, 졸리면 잠을 자야 하고, 사랑에 목말라 하고, 굴욕을 당할 때 힘들어 하는 보통 사람입니다. 오욕(五欲: 재욕·색욕·식욕·명예욕·수면욕)과 칠정(七情: 기쁨·노여움·슬픔·즐거움·사랑·미움·욕심)에 자유롭지 못한 유한성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조화로운 인간, 무엇을 하든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균형 잡힌 인간으로 열려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습니다. 마음이 한없이 선(善)으로 열려 있기도 하지만 불선(不善)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을 행하면 자신의 공로가 되고, 불선을 저지르면 자신의 죄가 됩니다, 이처럼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성인에 대해 말합니다.
성인은 고정된 마음이 없으니, 백성의 마음으로 자기의 마음을 삼는다. 선(善)한 사람에게 선으로 대하고, 불선(不善)한 사람에게도 선으로 대하니, 선이 이루어진다[德善]. 진실한 사람에게 진실로 대하고, 진실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진실로 대하니, 신의가 이루어진다[德信]. 성인은 세상에 있으면서 자신의 의지를 거두어들이고, 세상을 위하여 자신의 마음을 혼연[渾其心]하게 하니, 성인은 그들을 모두 어린이의 마음이 되게 한다( 『도덕경』49장).
노자는 “성인은 고정된 마음이 없다” 말합니다. 선한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선으로 대하고, 불선한 사람을 만나도 또한 선으로 이끕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선덕(善德)을 쌓게 합니다. 마찬가지로 진실한 사람을 만나면 진실로 대하고, 진실하지 못한 사람을 만나도 또한 신의로 이끕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신덕(信德)을 쌓게 합니다.
성인은 고정된 마음이 없기 때문에 경직되지 않고 언제나 유연합니다. 성인에게는 선(善)과 불선(不善)을 분별하는 특별한 기준이 없습니다, 그래서 선과 불선의 여부를 떠나 누구에게나 한결같이 선으로 대할 수 있습니다. 신(信)과 불신(不信)의 여부를 떠나 누구에게나 ‘빈 마음’[無心]으로 대하기 때문에 신뢰가 있습니다.
성인에게는 머무는 마음이 없으니, 선(善)도 선이 아니요 불선(不善)도 불선이 아닙니다. 선과 불선의 경계가 사라지니 분별심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덕선(德善)입니다. 신(信)과 불신(不信)의 울타리가 허물어지니 분별심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덕신(德信)입니다. 이것이 타고난 본래의 마음이요, 천진무구한 어린이의 마음입니다.
진정한 성인은 아상(我相)이 없습니다. “성인은 고정된 마음 없이 백성의 마음으로 자기의 마음을 삼습니다”. 노자는 『도덕경』 27장에서 “성인은 언제나 사람을 잘 구제하기 때문에 버려진 사람이 없다” 했습니다. 성인은 상대방이 받은 은사에 따라 그를 잘 계발(啓發)시켜 줍니다. 이렇듯 성인과 함께 하는 삶에는 ‘참여’(參與)가 있고 ‘소외’(疏外)는 없습니다, ‘불화’(不和)는 없고 ‘평화’(平和)가 있습니다.
성인에게서 무한한 권위가 흘러나옵니다. 그것은 성인 스스로 원하거나 의도한 권위가 아닙니다. 그 권위는 성인의 덕(德)에서 흘러나오는 권위요, 성인에게서 덕을 입은 수혜자들이 세워주는 권위입니다, 성인의 덕은 감화력(感化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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